책소개
수천 년 전부터 지리학은 발견에 관한 학문이었다.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는 태양의 각도를 측정함으로써 지구가 둥글다는 것뿐만 아니라, 지구의 둘레를 매우 정확하게 측정한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수 세기 후 지리학은 탐험과 지도 제작에 의해서 추진되었다.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계몽의 세기에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탐험 여행과 그것에 바탕을 둔 기념비적인 작품을 남겼다.
열대 아메리카 여행의 성과에 기초한 각종 보고서는 파리에서 <신대륙 열대지역으로의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전 30권이 차례로 간행되었으며, 오랫동안 수많은 애독자를 확보했다. 그중에서도 이 ≪식물지리학 시론 및 열대지역의 자연도≫는 훔볼트의 열대 아메리카 여행에 관한 일련의 보고서 가운데서 가장 먼저 간행되었다. 말하자면 시리즈 전체의 서론에 해당한다.
특히 <식물지리학 시론>은 여행에서 돌아온 지 반년도 되지 않은 1805년 1월 7일 훔볼트가 파리의 학사원에서 행한 학술강연에 기초하고 있다. 그 내용은 훔볼트가 새롭게 구상한 식물지리학이라는 학문 분야의 착안점과 골격을 나타낸 것으로, 열대 아메리카 여행의 보고(報告)라기보다 방법론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글이다. 이에 비해서 내용의 태반을 점하는 <열대지역의 자연도>는 첨부된 지도의 해설이고, 그것만으로 완성된 글은 아니다. 이 책에서도 원래의 지도를 축소해서 권말에 첨부했다.
훔볼트의 저작에 대한 평가는 다방면에 걸쳐 있다. 그중에서도 지리학 정신을 훌륭하게 체현해 후학들로부터 근대 자연지리학의 아버지라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의 중심에 이 ≪식물지리학 시론 및 열대지역의 자연도≫가 존재한다.
200자평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탐험 여행과 그것에 바탕을 둔 기념비적인 작품을 지리학에 남겼다. 그 결과 훔볼트는 동서고금의 지리학자들 중에서도 지금까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아마도 훔볼트를 지리학자로만 형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먼저 박물학자였으며, 또 독일을 대표하는 대여행가였다. ≪식물지리학 시론 및 열대지역의 자연도≫는 열대 아메리카 여행의 한 산물이다. 해설에서는 탐험 여행 및 문헌들이 지리학에서 갖는 의의를 간략하게 소개했다.
이 책은 훔볼트의 불어판을 바탕으로 한 데즈카 아키라의 일본어판 두 권을 저본으로 삼았다. ‘지리학의 고전’에서는 <식물지리학 시론>을, ‘속 지리학의 고전’에서는 <열대지역의 자연도>를 각각 번역해 불어판 체재로 통합했다.
지은이
1769년 9월 14일 베를린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프로이센의 귀족이었고, 어머니는 큰 재산가의 딸이었다. 알렉산더는 차남이고, 장남은 두 살 위인 빌헬름 폰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다. 훔볼트는 베를린에서 식물학을 공부한 후 1780년에 형이 있는 괴팅겐 대학에 등록했다. 그곳에서 알렉산더는 포르스터(A. George Forster)와 만나게 된다. 훔볼트는 포르스터와 함께 1790년 3월부터 7월에 걸쳐 라인 강 하류에서 출발해 영국과 프랑스를 여행했다. 그 후 함부르크 상과대학에서 반년 동안 공부한 후 광산 감독관이 되기를 결심하고 세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라이베르크의 광과(鑛科)대학에 들어갔다. 1792년 프로이센 정부의 광산관리국에 자리를 얻은 훔볼트는 독일 각지의 광산을 방문해서 경영을 개선하거나 기술을 지도하는 일을 했다. 동시에 훔볼트는 지하 깊은 갱도에서 박물학적인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공직에서 물러나 과학적인 탐험 여행에 나서겠다는 꿈을 단념하지 않았다. 1799년부터 1804년까지 5년 2개월에 이르는 훔볼트의 열대 아메리카 여행은 당시 획기적인 시도였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측정기구를 휴대한 훔볼트는 여러 학문 분야의 관점이나 방법을 종합해서 열대의 자연을 내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생기 넘치는 전체로서 관찰하려고 했다. 열대 아메리카 각지에서 훔볼트는 식물과 동물을 관찰하고, 천문 관측을 통해서 모든 지점의 지리적 위치를 확정하며, 지표의 경관이나 천체를 관찰함과 동시에 대기 상태나 지자기(地磁氣)에 관심을 나타냈다. 게다가 그는 열대 아메리카 스페인령 지역의 역사와 사회적 특성을 조사하고, 자연과 사회를 포괄한 종합적인 지지(地誌)를 묘사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했다. 열대 아메리카 여행의 성과에 기초한 각종 보고서 중에서 ≪식물지리학 시론 및 열대지역의 자연도≫는 ≪자연의 모습≫과 함께 20세기 중엽에 이르기까지 대학의 지리학 교육에서 중요한 문헌이 되었다. 헤트너(A. Hettner)와 트롤(C. Troll) 등 20세기의 독일 지리학을 이끈 지도자들은 훔볼트의 이러한 저작에서 지리학의 정신을 찾았다.
옮긴이
관동대에서 지리교육을 공부하고 동국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하여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지역환경연구소와 부산대 부산지리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관동대, 동국대, 부산대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관동대학교 지리교육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근대지리학의 개척자들≫(한울, 1998), ≪훔볼트의 세계≫(한울, 2000), ≪지역과 경관≫(선학사, 공동, 2001), ≪촌락 개발의 기본성격≫(민속원, 2007)이 있으며, 편저로는 ≪지리학을 빛낸 24인의 거장들≫(한울, 공저, 2003) 등이 있다.
차례
식물지리학 시론 ················1
열대지역의 자연도 ···············29
해설 ······················149
지은이에 대해 ··················154
옮긴이에 대해 ··················160
책속으로
우리는 과거의 발견에 기초함으로써 미래로 발전할 수 있다. 또 자연의 관련을 예견함으로써 자연을 지배하는 법칙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에게 지적 향유와 정신적 자유를 가져다준 것은 틀림없이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다. 운명이 계속해서 연출하는 타격에 대항해 우리를 지탱하게 만드는 것이 이 정신적 자유이며, 또 이 자유에 대해서는 어떤 외부의 힘도 상처 줄 수 있는 수단을 갖지 못할 것이다.